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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HOOD00
TEXT/Sherlock
2014. 5. 5. 01:21
간만에 쓰는(?) 장편이군요.
제가 참으로 좋아했던 '인랑'을 보고 이런저런 생각이 나서,
또 이렇게 뻘짓을 해봅니다 ㅎㅎ
P.S : 장편이라고 말머리를 단 것은 단편처럼 한 편으로 끝나지 않아서입니다. 분량으로 보면 장편은 아닌 것 같아요(...)
[혐짤 주의 바랍니다]
-
오랜 시간 지나고 지나 쇠로 여민 옷이 닳아 떨어지면 엄마를 만나게 해 주마
벽에 문질러 닳고 닳은 쇳소리 철커덩, 아이는 일어나
그토록 보고 싶던 엄마를 만나러 한 손에는 바구니, 머리 위에는 붉은 두건
엄마, 엄마
참말, 나 혼자 왔어요
엄마, 엄마
꽃도 나비도 벌레도 있고 오기 전에는 거대한 사과 나무도 있었는걸요
엄마, 엄마
바늘길로도 옷핀길로도 왔는걸요
엄마, 엄마
엄마, 엄마 눈은 왜 이렇게 커요?
엄마 귀는 왜 이렇게 커요?
엄마 손은 왜 이렇게 커요?
엄마 입은 왜 이렇게 커요?
-
슈타인, '붉은 두건'(roten Haube)' 중에서 -
[레스트라드, 라우리스톤 가든, 오후 8시 10분]
기어코 이런 일이 일어났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부르지 말자'던 생각이 있었지만 기어코 무너지고 말았다. 도대체 상부에서 '전력을 동원하라'는 말은 어디까지를 염두에 두고 하는 소리일까. 그들은 늘 50을 주면서 100을 바란다. 문제는 내게 그만큼 내어줄 인재가 없다는 점이다. 물론 앤더슨, 샐리는 유능한 감식원이며 형사이지만 앞에서 말했듯 상부에서 바라는 것은 '그대로'가 아닌 '기적'이다. 늘 기적을 바라곤 했었다. 제발, 한 번만 더 기적이 일어난다면...
스스로 사건을 쫓을거라는 다짐을 꺾으며 문을 열고 그에게 핵심만 읊어줬다. 전에는 본 적도 없던 웬 남자 하나를 달고 찾아왔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전번의 남자는 그라피티를 그리는 노숙자 비슷한 흑인 남자였고, 그 이전번의 남자는 어디서 본 것 같은 듬직한 체격의 의사였다. 두 사람 다 사건 현장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지만 - 대부분은 셜록이 조사를 끝내기도 전에 어디론가 행방불명됐다 - 적어도 이번에 데려온 '동거인'은 좀 다른 모양이다. 그가 별다른 직업을 가졌는지조차 잘 모르지만 처음으로 221B에서 평화롭게 대화하는 것은 사뭇 놀라운 일이었다. 누구도 '어제 방금 만난' 사람을 위해 그렇게까지 변호하지는 않는다. 뭐, 늘 의심은 해왔었다. 이놈은 여자를 아는 놈이 아냐, 물론 연애를 할 정도로 고도의 '사회성'도 없는 놈이지만 - 그래도, 각별한 둘의 사이를 보고는 난 마음 한 켠으로 콧방귀를 뀌는 걸로 그쳤다. 그건 옆집 여자의 동생도 그러했고, 내 친척 중 윌리엄이란 놈도 그러했다. 취향이란 게 수사에 걸림돌이 된다면 몰라도 내 입장에서 나쁠 것 없는 일이었다.
알 수 없는 건 그가 어떻게 그 붉은색 캐리어를 찾았냐는거다. 온통 붉은 빛 옷을 입고 죽어있는 여자 때문에 가뜩이나 주변 상황도 혼란스러웠는데 별안간 캐리어가 있냐고 묻더니 그대로 자취를 감춰버리는 게 아닌가. 마음 같아선 그 비결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싶었지만, 형사로서의 남은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았다. 범인을 잡아서 끝났다고는 해도 그건 그놈의 입장이지 나와는 다르다. 이제 내게는 상황을 설명하고 총성에 대해서 변명할 거리도 필요하거니와, 놈의 애인이 저지른 일에 대해 최대한 억지로라도 치하하는 입장의 글을 써야 한다. '보고서'라는 것의 범위가 참으로 넓고 방대하다.
[엘리, 타일러 심리 상담소, 오후 2시 30분]
그는 매우 긴장해 보인다.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달리 불편하면서도 긴장한 기색으로 내 앞에 겨우 앉아있다. 물론, 그는 어떤 심각한 일을 겪었고 나는 그 일을 좀 더 나은 기억으로 대체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그 문제에 대해 공유함으로써 지금 그가 겪고 있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희석시킬 생각이다. 그는 생각보다 쉽게 자신의 문제를 인정했고, 받아들였으며 차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까지 보였다. 문제를 인지하고 난 다음 필요한 것은 현실로의 회귀이다. 나는 때문에 그에게 블로그등의 매체를 적을 것을 권했다. 돌연 다른 곳으로 시선을 던지던 그가 나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환자로서 그런 말을 꺼내는 것이 어떤 심정인지 대충 알지만 상담가인 내 입장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에 한숨만이 나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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