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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4.10 Prologue_명준ver.
글
Prologue_명준ver.
So, I have invented it. The new Eye, which is the new way of seeing.
The way of smell, the science of smell. I made my nose into the eyes.
And that was pretty effective.
그래서, 난 발명해냈다. 보는 것조차 새로운 새 안구를, 맡는 방법, 냄새의 과학으로…
난 내 코를 눈으로 삼았다. 그리고 그건 꽤 효과적이었다.
Odor prism
명준ver.Prologue_Alone
1992년, 세브란스 병원 산부인과내 수술실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두 눈을 꼭 감고 이제 막 나온 아이를 의사는 아무렇지 않게 뒤집어 엉덩이를 내리쳤다. 아이의 울음이 선명했다. 살아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에 시작되었다. 아이는 그 이후로도 눈을 뜨지 않았다. 눈을 아예 뜨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머니 뱃속 이후의 세상을 볼 수 없었다. 아이는 선천성 실명상태였다. 장애인 1급 판정 소식보다는 바이올린 콩쿠르에 더 귀가 많이 가있던 시절이다. 음악은 보지못하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 상당히 중요했다. 적어도 소리를 어떠한 형상으로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냄새의 영역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점자책으로 파크리트 쥐스킨트의 ‘향수’를 읽게 되면서 이 영감은 더 강해졌다. 냄새만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그르누이란 캐릭터는 분명 매력적이었다. 그 즈음 바이올린 연주를 게을리했다. 초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고민하셨던 부모님과 달리 나는 일반학교를 선택했다. 분명 몇몇 화근이 있었지만 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화학과 생물은 내게 상당히 중요한 영역이었다. 무엇보다 화학은 냄새에 관심이 많은 내게 많은 도움을 주었으며, 내가 만들어온 여러 냄새의 샘플들을 분류하는 것에도 중요했다. 나는 점점 소리와 촉감보다는 후각에 기대기 시작했고 그것이 대학에 들어오면서 독특한 작용을 하게 되었다. 장애인 전형으로 편하게 들어올 기미는 있었지만 한 대학의 후각연구소가 내 호기심을 끌었다. 다른 분야는 제치더라도 후각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관이라니 내겐 무엇보다 좋은 조건이었다. 난 주체없이 그곳을 선택했다.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좀 더 훌륭하게 구분하고 키워나갈 수 있는 공부조건이 필요했으므로. 냄새에 기대어 살아오다보니 주변 사람들을 신경쓰지 못할때가 많았다. 나는 잘생기거나 예쁜 사람들을 싫어한다. 내가 후각 다음으로 가장 기대는 감각은 바로 청각이다. 어차피 보지를 못하니 사람을 목소리로 판단할 수 밖에 없는데, 오래도록 음성을 들어온 나로서는 음성으로 사람을 기억하는 것도 쉽지만 그 사람의 성품이나 속에 들어간 저의를 파악하는데에도 능통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용모가 준수한 사람들은 그 음성 안에 가식이나 자만심을 숨겨놓는 경우가 허다했다. 듣고있자니 거북하고, 또 그런 태도가 싫어 – 대부분 그런 사람들이 쓰는 특정 어휘가 그러하다 – 가장 좋아하는 이들은 음성이 좋은 사람들이다. 내가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하위대학을 조건으로 내걸게 되면서 나에게는 하나의 일이 주어졌다. 고등학교때의 일을 돌이켜보건대 나에게는 대학에 다니기 위하여 필요한 어떤 수단이 있어야 했고 그건 ‘요양보조사’나 ‘보조원’이었다. 연구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 조건을 충족해야했다. 그러나 이런 나에게 친구로서 다가와줄 사람은 거의 없었다. 부친의 의사친구들이야 대화만 간단히 나눌 뿐 친구라 할 수도 없고, 대부분 냄새에 집착하는 내 성향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 때문에 주로 그러한 성향을 숨기려 한다 – 그리고 나머지는 내 외모에 혹해서 온다. 정작 내 얼굴을 본 적이 없지만 대부분은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 같다.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의 설렌듯한 말투와 그 안에 들어간 잦은 호흡…그들은 나를 사귀길 원하지 친구하길 원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은 사회초년생의 느낌이 들어간 여대생들이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나와 대화를 조금 하고 나면 사라진다.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해 그저 차갑고 냉철하다…그들이 내게 보내는 야유중의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나는 이 감각을 싫어하지 않는다. 어렸을 적 남과 달라 왜 앞을 볼 수 없는지에 대해 절망하고 있을적에 아버지는 내게 다른 것을 그 이상으로 만들어보라고 조언하셨다. 그건 내게 큰 깨달음이었다. 하나가 부족하거나 아예 없다면 다른 것을 그보다 더 뛰어나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난 발명해냈다. 보는 방법조차 새로운 안구를, 냄새를 맡는 방법, 냄새의 과학으로… 나는 내 코를 눈으로 삼았다. 그리고 그건 꽤 효과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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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or prism / Prologue_명준ver.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