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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2.06 [Moriarty]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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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iarty]
개를 하나 기르고 싶어.
아주 힘세고, 베짱이 두둑하면서도, 튼튼하고...
무엇보다 충성스러운.
사람이란 건 언제나 배신하지.
어떻게 보답을 해줘도, 어떻게 이끌어줘도
배신하는 게 사람이야.
하지만 개는.
한 번 주인이 정해지면 결코 배신하지 않지.
오히려 주인인 사람이 자신을 버리거나, 때리고, 가둬놓아도
개는 결코 배신하지 않아. 오직 주인을 향한 충성심과 애정으로 가득 차 있지.
내가 개를 키운다면.
결코 다른 곳으로 가게 두지 않을 거야. 내 곁에 두고 돌보면서 녀석이 나에게 충성을 다 한다면
나는 사람에게 하는 것 보다 몇 배라도 녀석에게 보답해 줄 의향이 있어.
녀석은 그럴 만 해.
그럴 만 한 게 그 녀석이니까...
"정말 감동적이지 않아...? 왜 네가 이 녀석을 곁에 두는 지 알 것 같아. 하지만 언제나 주인은 녀석에게 너무도 감정을 쏟아버려서 문제가 되지."
밑도 끝도 없이 쏟아지는 눈발. 나를 가두려고 하늘은 눈을 내린다. 처음에 나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엄마가 죽었다.
목을 매달았다. 나는 몇 번이고 증언할 수 있다. 그것은 막대사탕을 씹어 먹는 것보다도 쉬운 일이다. 막대사탕은 깨물어 먹기 힘든 사탕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엄마의 목이 어느 각도로 꺾였는가를 형용하는 것이 훨씬 쉽다. 어떻게 죽었는지도 설명할 수 있다.
그 방식에 대해 나는 몇 번이고 상세히 설명할 수 있었다.
처음에 나는 숫자로써 돈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마치 내가 한 행위에 대한 대가 같았기에 처음에 나는 마음껏 즐기는 것만을 생각했다. 그보다 나는 내 행위에 대해 상이라도 받길 바랐지만 누구도 내 이야기에 귀기울여주지 않았다. ‘내가 그랬어요!’ ‘내가 그랬다니까요?!’
박수는 돈을 지불하고 받는 하나의 서비스다.
어린 시절 수많은 아이들은 부적합하거나 부정확한 것을 강요받는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단순한 회로는 엉뚱하고 황당한 답변에 머뭇거리며 대답하지 못한다. 대답하지 못하는 것은 강하지 못하다는 것이고 강하지 못하다는 것은 멋대로 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언제나 그 날이 오길 바랐다. 내가 좀 더 자라면, 내가 좀 더 자라면...그 때는 가능할지도 모르지. 나는 ‘축하’라는 것을 몰랐고 단지 케이크에 내 나이만큼 늘어가는 촛불을 보기 위하여 응접실로 나섰었다. 이제 나는 케이크를 받을 필요도, 받아야 할 이유도 없지만 가끔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것은
치열했던 내 삶의 흥미로움 때문이다.
나는 자라나야 했다. 당시만 해도 나는 매년을 그 케이크에 꽃이는 촛불의 개수가 늘어나기만을 바랐으며, 얼굴은 분명 누군가의 얼굴 가죽을 뜯어와 가면이라도 만들었을 것 같은 어머니가 죽기를 바랐으며, 아버지의 다리가 부러진 것을 내 탓이라고 밝히지 못해 답답했으며, 또한 그 무엇도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것은 언제나 돈이 드는 일이었다. 숫자가 아니었던 돈은 누구에게든 쥐어주고 그 말을 하고나면 다들 도망쳐갔다. 기껏해야 내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놈들은 더럽고, 지저분한 족속들이었다. 단 한 구석도 순수하게 내 의향에 대해 묻거나 이해하는 놈이 없었다.
이럴 수가, 나는 개가 절실했다. 충성스럽고 강한 개가.
아버지는 허락하지 않았다. 다른 남자를 데려와도 되느냐고 엄마는 묻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그녀의 케이크에는 촛불이 여러 개였다. 단지, 나에게는 그만큼의 촛불이 필요했을 뿐이다. 할 수 있다면 엄마의 촛불을 가져오고 싶었다. 혹여나 그것이 그녀의 목뼈를 골절시킨다고 해서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며 그녀의 촛불이 늘어가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단지 엄마가 죽었다. 그리고 눈이 내린다. 사람들이 몰려온다. 수군거린다. 나는 그제야,
소리 없는 박수가 존재한다는 것을.
밤 구석구석의 잔인하고 지저분한 놈들의 속내에는 깔끔하게 씻어 내린 손이 있고
나에게도 그런 손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아버지의 다리가 골절된 것이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알았다.
얼마든지 나는 개를 구할 수 있을 터였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런 손을 가지고 두 발로 걸어 다닐 수 있는 물건은 사람뿐이어서 이제껏 알아온 정보들과 생각들로 나는 사람을 모으기 시작했다. 나의 저택은 그런 더러운 것들로 넘쳐났다. 처음에 알기 전까지만 해도 난 그것이 최선이라 생각했었다. 더한 최선은 어디 있단 말인가...?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때문에 나는 결코 아쉬워하거나 실망하지 않았다.
나의 인적사항은 나와는 너무나 다르다. 서류상에 적힌 멍청한 글씨들은 모두 내가 시키는 대로 움직여주었다. 나는 평생 단 한 번도 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없으며, 나의 박사 학위만이 기재되어 있을 뿐, 그 외의 어떤 사항도 적혀 있지 않다. 나는 그 외의 사건만을 빌려 존재하는데도, 멍청한 인간들은 내가 단지 높은 학위를 받았거나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서류 하나만으로 나를 믿어버린다.
범죄는 시시하다. 전형적이며, 지루하다.
좀 더 섬세하고 세밀한 작업이 필요하다. 범죄 자체는 마치 대충 만들어 놓은 유치원생의 수수깡 인형 같았다. 다듬고 다듬으면, 그리고 처음부터 세밀하게 작업해 나간다면 범죄도 예술에 이를지 모른다. 새로운 개념이었다. 나는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그것을 설계하길 바랐다. 누군가를 모방하는 것은 모독이며, 자신에 대한 능멸이었고 예술에 가까운 그 어떤 것을 원했다. 장막을 원했다. 청중들이 전혀 느끼거나 알아채지 못하고 바보처럼 넘겨버리며 저녁 식탁에서 맥주나 들이키는 멍청이가 되어버리도록 하는 그런 작업. 해서 시작했다. 아마도 세상에 나와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세계 최초의 자문 범죄자.(The first Consulting Criminal in the World).
“천재적이군.”
나도 알고 있다. 너무나 단순한 사실이다. 획기적이며, 혁신적이고, 훌륭하다. 하지만 그런 미사여구 따위는 중요치 않다. 나에게는 부족하다. 한없이 허망한 어떤 구석이 존재한다. 나는 그 공허함을 참을 수 없고 매일 밤을, 매일 밤을 홀로 방황한다. 나의 저택 속의 더럽고 저속한 것들을 바라보며 나는 개탄한다. 무엇일까. 그것은 나에게 어떤 수입을 가져다줄까? 생각해보면 그런 문제가 아니다. 나에게도 심장이,
"정말 감동적이지 않아...? 왜 네가 이 녀석을 곁에 두는 지 알 것 같아. 하지만 언제나 주인은 녀석에게 너무도 감정을 쏟아버려서 문제가 되지."
나의 목 언저리를 이렇듯 가깝게 잡은 사람은 없다. 생기기 전에 내치는 것이 상책이었다. 더러운 일을 도맡아 하지는 않는다. 아까도 말했듯 배신은 밥 먹듯 잘하지만 그것에는 패턴이 있기 때문에 적당히 통로를 막아두고 사람을 시킨다. 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니, 문제는 그게 아니다. 그건 마치 나에게 심장이 있는지를 검사하는 것 같았다.
내가 개를 정말로 기르고 싶었던 또 다른 이유이다.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얼굴을 비벼줄 사람은 도저히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날, 알았다.
나의 이 수년간, 죽은 어머니와 다리가 골절되고 결국 죽은 아버지. 대학의 모든 사람들과 학위, 그리고 속아 넘어가는 멍청이와 나를 총으로 겨누고 있는 또 하나의 ‘천재적인’ 자문 탐정, 그리고...
충성스런 개는 존재한다.
나의 뒤에, 이렇게, 두 손을 들고 두 발로 선 채 존재한다.
충성스런 사람은 존재하는 것이다.
진리와도 같은 한 마디가 내 머리를 스쳐갔다. 기르고 싶어. 충성스런 개를.
올바르게 나가도록 하는 강력한 힘. 보조자. 그 어떤 부분에도 뒤처지지 않을 자신이 있지만 - 애초에 그런 경쟁을 하고 싶지도 않지만 - 나에게는 하나가 부족하다.
나에게 순수하게 다가와 얼굴을 비벼줄 충성스런 인간.
그만둘 수 없어졌다. 이 게임, 이 사건을,
쟁취하고 싶은 대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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