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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Anderson]
특정 인물에게 무시당하는 점이 있기는 하지만 R.앤더슨은 사실 매우 유능한 감식원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사실은 그가 단순히 CSI등을 동경해서 이런 직업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며, 또한 처음부터 이런 일에 뛰어들만한 어떤 계기를 지니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지극히 지루하고도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지만 앤더슨에게는 유난히 현재와 다른 과거가 있었다.
한 가지 명심해둬야 할 것이 있다면 그는 처음부터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것은 요컨대 남들이 남기고 간 발자국이나 물체를 보는 능력이 아닌 '발명'과 '실험'에 있다는 것이었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악역들이 그러하듯 그는 미친 듯이 과학을 파고들었으며 그에 관한 어떤 보상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과학에 미친 그 어린 소년이 바라지 않는다고 해서 정당함마저 버린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좋은 학교는 아니더라도 그는 몇 번이나 논문 수준의 글을 투고했다. 문학작품은 사람의 정신만 풍요롭게 할 뿐, 실질적인 이익을 추구했던 그로서 에세이는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추천장을 받을 수 없는 입장에서 원하는 부분만 파고들다보니 주변의 것들을 소홀하게 하기 마련이었고 모교에서 멀지 않은 대학에 입학하였을 때 과학의 배신은 시작되었다.
과학에 대한 열망은 밑도 끝도 없이 받아들여질 청춘의 패기로 탈바꿈될 수 없었다. 의욕 없는 교수는 그를 몰아붙이기도 했으며 피곤해했고, 연구과제가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의 제안을 수없이 거절했다. 그동안 많은 의문만 품어오던 문제들에 대해 풀 수도, 풀어질 수도 없음을 느끼게 된 앤더슨은 순수과학에 대한 절망감에 더 이상 자신을 헌신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돈이 되지 않으면 과학의 의미도 잃어버린다는 학계의 이미지는 그를 돌아서게 하기 충분했고 그는 이제 과학을 즐기고, 공부하는 사람이 아닌 '방관'하고 '관찰'하는 사람이 되었다.
요컨대, 감식반과 같은 것 말이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는 것은 둘째 치고 감식 반에게 있어 새로운 연구주제는 있지 않다. 매번 같은 것을 관찰하고 비교하는 과정이 있을 뿐. 그에게 있어 이것은 마치 과학을 배신하는 기분이 들었다. 더 이상 그는 나아가 생각하지 않게 되었고 사유하지 않게 되었다. 흥미 없는 나날에 부인과의 관계도 소원해져, 동료경관과의 사이도 어수선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다시금 영혼에 빛을 발하는 과학소년이 되는 것을 뜻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이제 영혼도 없는 사람의 손과 발, 그리고 물품에서 항상 하던 대로 증거를 채취하고 뒤늦게 들아온 키 큰 사내에게 밑도 끝도 없는 질타를 받아내는 것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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