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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 あの 時 - 1. you, too
TEXT/Normal
2011. 4. 4. 00:03
1.
내 스무살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대학입시와 짝사랑이 울상짓던 나날들. 서먹해진 친구들 사이로 주먹쥔 졸업장을 들고 튀어나왔을 때 난 비로소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꽃과, 교복과 바람이 휘날리던 사이로 서 있던 엄마 얼굴이 기억났다. 그 이후로는 좀 더 자주 울었다.
어쩌다 보니 겨우 들어간 구석이라곤 촌에 있는 전문대학이었다. '어떻게든 붙어살자'시던 엄마도 결국에는 나를 먼 곳에 보내는 것에 찬성했고 난 좌석버스에 올랐다. 이상하게도 팔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모두 낯설고 어둡고 침침해서 당시 난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지금부터 이야기할 것이 바로 그것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극도로 친절했다. 2년 남짓한 시간이라 그런지 선후배 관계도 그리 엄격하지 않은 것 같았고 - 낯선 건물속의 낡은 의자에 앉아 난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헌책을 받아쥐고 있을 뿐이었다. 찬성하지도 않는 과티를 만들기 위해 돈을 내고 별 것 없어 보이는 술자리를 위해 어슬렁대는 선배들 뒤를 쪼르르 따라다니고...왜 해야 하는지 모르지만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다. 단지 그 뿐이고 어떤 기분이나, 감상도 없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빠져나오면 그만이겠지...아니면 돌아갈 기숙사에 아무도 없어서 그저 그런가보다 하는 생각이었다. 언제나 겁은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혼란스러운 게 많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단지 그 때 뿐이었던 것 같다. 얼굴을 익히는 것이나 좀 더 친근하게 구는 것이나, 과도한 존댓말과 웃음소리, 가식스런 미소까지도...구석에서 술만 홀짝이던 나와 마주치는 마주편 남자아이. 나처럼 지냈을 거라 예상할 수는 없지만 옷차림이며 행동거지가 딱 그래보인다. 그래, 나도 그래. 너도 그러니? 가무잡잡한 얼굴에 남들보다 둔한 덩치에...얼굴도 금방 빠져나오고 싶은 눈치다. 둔탁한 내 손도 잡은 잔을 든 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낯선 공간에서 느끼는 이 오묘한 동질감. 이상하게 그 추남을 보면서부터 내 대학생활이 조금은 나아질 것 같은 기분이 들어버린 것이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몇몇 사람 파하고 있는데 나도 일어나야지 싶었다. 내일 할 일이 있어서라기 보단 그냥 이 자리에서 사라지고 싶었으므로...앞에 있는 몇몇 아이들은 이미 얼굴도장을 찍었다. 조금이라도 예쁘장한 아이들은 선배들 눈에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이상하게 고등학교때의 교정 꽃이라던가, 친구 교복 옷깃같은 아주 사소한 것들이 눈앞에 빠르게 스쳐갔다. 그리고 엄마얼굴이 갑자기 떠올랐다. 술잔에 겹쳐볼수록 가슴시리게 마음 한 구석이 아려왔다. 조그맣게 인사했지만 아마도 알아듣지 못했다.
계단을 빠르게 내려왔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원하는 것 없이 뒤에서 무슨 말이라도 '왜 가?' 하는 것 같았는데 신경쓰지 않았다. 쉼없이 내려오다 순간 앞에서 담배를 들고 있던 추남을 맞딱뜨렸다. 분명 전에 이름을 하나씩 말하며 일어섰던 것 같은데 기억나질 않았다. 추남은 나를 이상하듯 바라보았고 나도 배낭을 다시 고쳐메고 추남을 비켜서 달려갔다.
통성명 하나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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