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왓슨을 사랑하지 않았다.

카테고리 없음 2010. 10. 14. 23:42

근120년간, 사람들은 이 소시오패스 탐정에게 애정을 불어넣으려 몹시도 애써왔다.

이미 연인을 두었음에도 편지와 왓슨의 쓸데없이 로맨틱한 문장력에 휩쓸려간 '아이린 애들러'에서부터 그를 닮은 총명함에 조금이라도 마음이 쏠렸을

거라 예상되는 '바이올렛 헌터', 심지어는 왓슨 그 자신까지도 셜록홈즈에게 얽매이고 엇갈리는 애정전선을 구성하기 위해 총동원되었다.

이 반사회성 성격장애 환자인 탐정에게 유일한 빛은 아마도 '왓슨'일 것이다.

본래 반사회성 성격장애 환자들은 '애정을 느낄 수 없다'고 알려져있다. 사실 들은 냉혈한으로 더욱 유명하다. 일명 소시오패스, 혹은 사이코패스라고도

하며 - 혹자는 이들이 '혼동되어 쓰인다'고도 하고 '상태의 경중에 따라 나뉘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한다 - 상대방을 자신의 목적에 따라 이용하는 데

매우 능통하다. 때문에 소위 소시오패스, 즉 반사회성 성격장애 환자라고 하면 (이것이 사이코패스와의 차이점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대부분이 '사기'로

기소당한다는 것이다. 사이코패스는 '폭력성'이 더 가해져 남을 해치거나 그 자체에서 자극을 얻으려는 성미로 이 부분에서 조금 다르다.

어떤 서적에서는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모두로 묶어 설명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르고 사이코패스보다는 소시오패스가

인명피해(?!)부분에서나 폭력성에서 보자면 덜한 편이다. 물론, 피해자들은 죽음보다 더한 불신과 배신의 맛을 볼 수도 있다.

소시오패스와 '셜록홈즈'에 대해 재미있는 요소는 여러가지가 있다. 무엇보다도 그렇게나 치료하기 어려우며 역전이까지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는 이

반사회성 성격장애, 즉 소시오패스가 치료되는 최종점은 바로 성격의 '적응점을 찾는것'이라는 데 있다. 대부분의 소시오패스들은 위험에 대한 자각이나

공포가 부족하며, 때문에 일상적인 생활에는 따분함만을 느낀다. 고로 그들은 자신이 얼마나 위험해지는지 감지하지 못하기에 과한 위험을 무릅쓰고

- 대부분 이때문에 자신의 행각이 탄로난다 - 상대방을 교묘히 설득하여 그 일에 끌어들이기까지 한다. 이런 성미의 환자들은 완전한 치유를 기대하기

힘들며 최적의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 상책이다. 말하자면 언제나 위험천만하고 어려우면서도 스릴 있는 상황을 찾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치자면 셜록홈즈는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에 매번 자신을 거리낌 없이 내던지는가? 자신의 위치나 직업은 안중에도 없이 형사에게 협조를 제안

하는 것은 둘째 치고 평범한 부류의 인간인 왓슨을 그럴듯하게 끌어들이지 않았는가. 대부분의 소시오패스가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매력'이란 점으로

완전히 홀린 왓슨은 120년이 다 넘어가는 와중에도 여전히 셜록의 유일하며 충실한 친구이다.

그나마 셜록이 소시오패스와 다르다고 느껴지거나 그의 유일한 희망이 '왓슨'이라 여겨지는 이유는 그가 베푸는 왓슨에 대한 어느정도의 '존중'이다.

물론 소시오패스들도 '존중'에 대한 흉내는 얼마든지 낼 수 있다. 그것도 어느정도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인간들이라면 악어의 눈물도

얼마든지 흘려줄 용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홈즈의 경우는 다르다. 그는 자신의 중요한 영역에 왓슨을 끌어들였으며 그가 자신에 대해 쓰는 일도

불만을 가졌을지언정 뭐라 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