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Behind Story

[Spider-man]Peter Parker/Harry Osborn_The Prey for Night

Dcoding 2011. 12. 11. 15:26


Spider-man
Peter Parker / Harry Osb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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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ey for Night




Prologue


"신부는 옆의 남자를 신랑으로 맞이할 것임을 맹세합니까?"

...

...

..."미안해."

순간 화려한 레이스의 흰 물결이 붉은 카펫을 가로질러 사라졌다. 청중의 당황과 혼란이 여기 저기서 터져 나왔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적어도 지금만큼은 하나만 생각하고 싶었다.

구둣발이 자꾸만 미끄러진다. 주변에서 쏟아지는 이상한 시선이 멈추지 않는다.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자신이라도 그러했 것이다.

거리를 내달리는 와중에도 수없이 생각한다. 100년 전 기억이라도 되는 것 처럼 아련하게, 그를 처음 만났을 적을 기억해본다.

그에게 달려가고 있으니까.

처음 그를 만난 것은 10학년 때였다. 어른이라기에도 청소년이라기에도 애매한 나이. 그는 언제나 그렇듯 주눅 들어 있었다. 멀리서 그를 바라보고는 있었지만 쉽사리 말을 걸 수는 없었다. 피터 파커. 그는 본래가 그렇게 강한 아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에게 정감이 갔다. 그에게 다가간 것도 그래서였다. 그렇게 다정한 성품이라면 이해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그런 생각이 강했다.

처음엔.

옆반의 덩치에게 당하고 있던 것을 내가 구해주었었다. 덩치는 김이 빠졌는지 말도 없이 자리를 떠버렸다. 열일곱의 피터 파커. 그는 여린 표정으로 고맙단 말을 건넸었다.

'천만에.'

자신이 한 말이라곤 그것 뿐이다. 하지만 피터는 그 이후로 자신에게 곧잘 말을 걸어왔다. 그 이유를 물었었다.

'너라면 말을 걸어도 괜찮을 것 같았어.'

그 말에 더 이상 공감할 구석도 없을 정도로 자신은 안심하고 있었다. 그래, 역시 너였어. 너라면 -

사건이 터진 건 그 때였다.

피터 파커가 달라진 것이다. 갑자기 엄청난 괴력으로 덩치들을 때러눕히고도 모자라 평소 쓰고 다니던 안경마저 던져버리고, 갑자기 다른 아이가 되어버렸다.

더 이상 자신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녀석은...아니, 그는 너무 많이 달라져버리고 멀어져버렸으니까.

하지만.

하지만...이대로 끝내고 싶진 않았다. 고교 졸업 후에도 계속해서 연락했다. 달라진 모습에 서운함은 계속되었지만 그것으로 멈출 수는 없었으니까. 그도 반가운 눈치였다. 부디 그랬으면 한다. 언제나와 같은 마음으로, 언제나와 같이 조금은 옅은 우정이었지만 사랑으로 피터 파커. 그를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까.

벌써 그의 아파트에 다다랐다. 긴장하는 마음으로 계단을 올라간다. 교회에 있을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신경쓰이지도 않는다. 오히려 지금 올라가는 자신의 심장이야말로 두근거려 떨리기까지 한다. 드디어 그가 있는 3층에 다다를 찰나 -

"널 사랑해."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여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 이후로 들리는 말은

"널 사랑해, 엠제이."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털썩, 주저앉는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계단을 나오다 화장실에 들러 얼굴에 흠뻑 물을 적신다. 거울을 올려다본다. 피터 파커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던 - 그러나 제대로 된 말도 못한 바보가 여기 하나 있다. 하지만 - 그래, 하나 말하지 않은 게 있다면...피터 파커는 엠제이를 사랑한다. 하지만 피터 파커에게 사랑받고 싶은 사람이 그녀만은 아니다.

여기, 한 명 더 있다. 머리칼이 내려와 쓸데없이 날카로운 눈매를 가려댄다.

날카로운 눈에서 때아닌 눈물이 흐른다.
그는 거울을 바라본다.


그의 이름은 헨리 오스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