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The Gloria Scott
Dates :
'글로리아 스콧호' 사건은 모두가 알다시피 홈즈의 첫번째 사건이다. 베어링 굴드의 연대기에서는 해당 사건이 - 홈즈가 왓슨을 만나기 7년 전인 - 1874년 여름/가을에 일어났다고 적고 있다.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회고조로 이루어지며 해당 이야기가 다시금 거론된 시점은 - 베어링 굴드의 제안에 의하면 - 1887년 혹은 1887년 겨울이라고 알려져 있다. 글로리아 스콧호 사건은 1893년 초판되었다.
Synopsis :
'글로리아 스콧호 사건'에서 홈즈는 대학 친구의 부친사유지에서 친구와 함께 몇달을 보내게 된다. 그곳에서 오래도록 잊혀졌던 범선인 글로리아 스콧호가 떠오르고 당시 오스트레일리아행이었던 그 범선 안의 사악한 승무원들이 처음으로 밝혀지기 시작한다.
이것은 홈즈가 스스로 - 단순한 취미에 지나지 않았던 - 자신의 추리적 기술이 실제적인 직업으로 전향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준 첫 사건이다.
Hidden Code :
이 '글로리아 스콧호'사건은 홈즈의 과거를 어느정도 소개하고 있다 ; 빅터 트레버란 남자에 의하면 홈즈는 절친으로 표현이 되는데, 이는 홈즈가 대학시절 '친구'였다고 말한 유일한 관계의 사람이다. 여기서 우리는 반드시 홈즈가 트레버를 소개하는 문구에 주목해야만 하는데, 주어진 상황 자체가 매우 의미심장하다.
"빅터 트레버에 대해 이야기한 걸 전혀 모른다고?" 그가 물었다. "그는 내가 대학에 있던 2년동안 유일하게 사귄 친구일세, 왓슨. 난 결코 사회적인 사람은 아니었던지라 내 방에 처박혀서 우울해하거나 내 사고방식에 대해 뜯어보는 것만 해대기 일쑤였지, 그래서 난 결코 그 시절에 있어서 내가 만난 남자에 대해서는 그리 혼란스러워하지 않아. 하지만 펜싱과 복싱은 그나마 내 활동적 성향에 걸맞았고 때문에 내 학구적 성향은 다른 친구들과는 다소 달랐지. 그래서 우린 좀처럼 친해질 기미가 없었어. 트레버는 어느날 아침 그의 불독이 채플 수업을 들으러 가던 내 발목을 지독하게 물어뜯은 사건으로 알게 된 유일한 친구야."
"이건 좀 산문적인 형태의 우정일테지만 확실히 효과는 있었어. 난 열흘 정도 언덕에 누워있곤 했지만 트레버는 종종 내게 안부를 물으러 와주곤 했지. 처음엔 단지 몇분도 안되는 담소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내 그 시간은 길어졌고 그 이전부터 우린 급격하게 가까워졌어. 그는 세심한데다 열정적인 친구였고, 강인한 정신과 힘으로 가득찬 젊은이였기에 여러 방면에서 나와 너무도 달랐지만 우린 여느면에서는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었고 그런 점들이 그도 나처럼 친구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일종의 유대감이 되어버렸지. 결국 그는 나를 노어포크에 있는 그의 부친 사유지로 소개했고 긴 방학을 호기로 제안한 한 달 간의 요양에 나도 흔쾌히 응했어."
대게 빅토리안 시대의 남자간 우정은 오늘날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적어도 1905년 - 프로이트가 최초로 성욕을 정체성의 형태로서 제시한 시기 - 의 매우 가까운 남자간의 우정 - 종종 로맨틱한 우정으로까지 언급되지만 적어도 여자간의 우정 또한 그렇다는 가정하에 - 이 사라지기 시작한 시대까지는 그렇지 않았다. 동성애의 개념은 이 시대 이전에도 존재해 왔지만 두 남자간의 애정이란 개념은 - 오늘날 여기는 것 처럼 - 동성애로서의 잠재적 신호라고 여겨지지는 않았다.
여전히, 이러한 형태의 '우정'(홈즈와 트레버간의)은 범상치 않은 진행구도와 함께 정신적이라기 보다는 좀 더 연애감정이 동반된 관계의 은밀한 발전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은 두 사람 모두 문 뒤켠에서 단 둘이서만 만남을 가졌고 그 양상이란 '몇분간의 담소'에서 시작해 '더욱 길어진 방문'이란 식으로 마무리 지음으로써 좀 더 친밀한 분위기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트레버에 대해 언급하는 홈즈의 말투에는 다소 친밀감이 묻어있다. 홈즈는 여기서 '혈기왕성한' 이라던가 '원기와 힘으로 가득찬' 등의 언급을 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 감정적인 어휘에서 신체적인 것으로 교체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트레버의 가족까지 합세하여 더욱 축적되어가는 두 남자간의 우정은 또다시 무던히도 강한 유대감의 분위기를 암시하고 있다.
'방문'은 순탄치 않게 흘러갔으나 이전과 다른 온화함과 붙임성으로 진행된다. 또한 7주 후, 트레버는 홈즈를 부르고 홈즈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트레버의 곁으로 달려간다.
흥미로운 점은 이 부분이야말로 홈즈가 왓슨과의 우정이 일관적이지 못함을 암시하면서 최초로 트레버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이다. 사실 그 이후로 왓슨이나 독자들이며 글로리아 스콧 호 사건의 완결 이후 조금이나마 연관되어서 트레버의 사연을 듣지는 못했다. 이러한 마무리는 단순한 '우정의 파멸'보다는 좀 더 깊고 심오한 암시를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차라리 아주 성급하게, 홈즈에서부터 언급되며 그의 '독백' 사이 사이에서 이전 '방문'의 막바지에서 경험하며 느꼈던 불편함으로 인해 거북함을 없애려고 머물려던 기간을 단축시켜 서둘러 나왔노라 말하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홈즈가 왓슨과 공유하려고 한다는 점도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이 점에서 - 베어링 굴드의 연대기를 빌리자면 - 홈즈와 왓슨은 이 시점에 거의 7-8년 정도 함께 한 사이였다. 그 긴 세월간, '트레버'란 이름은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고 ( 홈즈가 더이상 그의 '대학 절친'과 연락하지 않는다는 암시를 주며 ) 이 사건만이 유일하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홈즈는 단지 회상하는 조로 트레버를 언급한 게 아니라는 의미가 된다. 사실, 홈즈는 과거 '트레버와의 관계'부터 시작하여 그 모든 사건들을 아주 상세하게 왓슨과 공유하고 있다.
혹여나 왓슨이 얼마간의 시간동안 홈즈의 과거에 대해 집요하게 물어보았다고 생각해 봤을 때, 홈즈가 이토록 개인적인 사건을 공유하려고 기다렸다는 점은 상당히 흥미롭다. 사건 자체는 숨겨질 필요나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홈즈는 기다렸고, 해마다 조금씩 그 복잡한 성품과 인격을 드러내왔다.
하지만 그가 그 사건을 공유함으로 인해, 홈즈와 왓슨 사이의 관계는 매우 친밀하고 가까운 것으로 비추어진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트레버가 결단코 홈즈의 첫사랑이라고 암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가능성이 있다 할지라도). 이러한 주장은 전혀 입증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홈즈에게 있어 트레버와의 관계가 그로 하여금 - 다소 우리가 생각하는 이유로 - 남들과 동떨어져 지내게 만든 전환기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는 주장은 다소 타당할 것이다. 홈즈가 트레버와의 관계에서 어떤 친밀감을 쌓았는지 알 길은 없지만 그와 같이 트레버 이후로도 어떤 친밀감을 쌓을 누군가를 만났을거란 사실도 알 수 없다(왓슨을 만나기 이전까지는). 물론 홈즈가 몇몇 지인과 전문적인 친구들을 알고는 있었지만 정작 '절친'이라 부를 만한 사람은 없었다. 다시금 이러한 점은 아마도 '트레버'란 인물이(왓슨처럼) 단순한 친구 이상으로서(어쩌면 홈즈 홀로의 생각일지 모르나) 홈즈에게는 더없이 잘 맞는 친구였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러한 두 사람간의 관계가 성적인 것을 포함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감정적인 것만은 명확히 포함되어 있다고 단정지을 수 있다.
트레버와의 관계에서 벗어난 그 자체로도 홈즈의 이야기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동성애적' 요소들을 여럿 찾을 수 있다. 그 안에는 당연히 트레버의 부친 트레버경에 대한 야이기도 들어가야 할 것이다. 글로리아 스콧에 대해 언급하면서, 폭동을 일으킨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마땅할 남자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그러하다.
내 옆의 고물에 앉아있던 사내는 내가 방파제로 내려가며 본 사람중에는 유난히도 기억에 남던 사내였지.
그는 수염기 없는 얼굴에, 길고 마른 코와 호두까끼같은 턱을 가지고 있었단다.
그는 자신의 머리를 대기 사이를 유람하듯 지나다녔고, 뽐내는 듯 걸었는데 그 무엇보다도 그는 키가 매우 컸어. 지금 기억해봐도 그의 어깨만치 머리가 닿을 사람이라곤 우리 중에 아무도 없었던 것 같은데, 아마 적어도 6피트나 그 반 이상은 너끈히 넘을 것 같더구나. 그 슬프고 피곤한 표정들 사이에서 그렇게 활기와 결의에 찬 사내를 발견하는 것도 드물고 이상했지. 그 광경은 마치 나에게 눈보라 속에서 치솟아 오르는 불꼿같았단다. 그가 내 이웃이란 걸 알고 기뻣지만 그보다 더 기분 좋았던 것은 그가 우리 둘을 떼어놓을 '승선' 절차를 끊어놓도록 지시했노라고 내 귓가에 속삭였던 때였지.
다시금 확실히 해 놓아야 할 것은 빅토리안 시대의 어휘가 현대의 영어와 확연히 다르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하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알지 못하는 타인을 '눈보라 속의 불꽃'이라 언급하는 것은 다소 의미심장하다.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은 다소 억압된 환경에서 자라났고, 그 탓에 서로의 소통 사이에는 자신의 말 속에 조금씩 스스로가 느끼는 열망이나 정욕을 숨겨 말했다고 한다 - 그런 점에서 보자면 위의 표현이 적절하다고 볼 수는 없다. 위 단락은 전형적인 빅토리안 시대의 '핑곗거리'의 한 예로 보여진다.
이것은 또한 홈즈가 왓슨을 '의사'라고 부르는 흔치 않은 사건 중의 하나인데, 빅토리안 시대의 절칙에 의하면 익히 알려진대로 인물의 이름에 상당한 강조점을 두었다. 빅토리안 시대에서 한 사람을 그의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흔치 않았고 심지어는 아주 친밀한 사이에서도 '성'을 사용했다. 통상의 경우라면(그렇지 않더라도) 명칭은 주어졌을 것임에도(왓슨 박사나, 홈즈씨 등등) 이 두 절친은 서로를 성으로써 부르고 있다. 그렇다면 매우 의미심장하게 보아야 할 점으로, 홈즈는 유일하게 왓슨을 그의 명칭으로서 사용한다는 것이며 아마도 그것은 홈즈 스스로 그가 공유했던 기억에서의 개인적 감성을 가리기 위해 거리를 두려는 지책으로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