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herlock

[세바스찬 모런]

Dcoding 2011. 2. 28. 16:58

지우는 것도 여의치 않다. 만일 그러했더라면 진작 그렇게 했을 것이다. 무언가를 물리적으로 지우는 거라면 차라리 상관 없었을 것이다. 마음에 어떻게 하는 것이 익숙치 않았다. 아니면 너무 닳고 닳아 지겨워서, 마음이 지쳐 쉬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 어떤 이유를 들먹여서든 마음은 편치 않았다. 시간과 계절에 상관 없이 보아오는 얼굴에서의 비아냥과 비열함은 사라지지 않았고 가면이나 혹은 얼굴에 붙은 얼룩처럼 끈덕지게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그에 수없이 붙이던 감상도 이제는 다 떨어져 나갔다. 그건 어린 시절에 하는 수 없이 질질 끌고 오던 슬리퍼나, 어쩔 수 없이 입고 다녔던 겨울 코트 같은 것이다. 변명처럼 말해보지만 겨우 위로가 되는 것은 입가를 씁쓸하게 다듬는 담배 한 개비일 뿐이다. 그조차도 여의치 않게 거리가 점점 깨끗해지고 있다. 숨쉬는 데에는 좋을테지만 지루하기 그지 없는 -

그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담배를 피울 수 없는 건 거리에서 예술과, 영감을 빼앗아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슬쩍, 비웃음이 일었다. 그의 입에서 '예술'이라는 말이 나오다니...너무 상이해서가 아니라, 지나치게 어울려서였다. 그가 생각하는 짐 모리아티란 그런 사람이었다. 범죄조차도 예술로 만들어버리는 지독한 지배자. 그 어떤 규칙이나 법, 어떤 선례도 그의 앞에서는 허물어지게 마련이었다. 그는 강력하게 부수는 것보다 유연하게 휘는 것이 강하다는 것을 아는 남자였고, 공존하는 것의 무서움을 잘 아는 사업가였다. 그의 소위 '조율'이란 것은 그런 것에서 나오고 있었다. 때문에 다른 기업들의 브레인 헌터들처럼 지치도록 발아프게 수없이 많은 기관이나 주변을 돌아보면서 인재를 찾는 게 아니라, - 요컨대 그는 그런 인재를 만들어내었다. 그 어떤 인간말종도 그의 무릎 앞에 꿇기만 하면 다른 사람으로 태어났다. 짐 모리아티. 그 남자는 그 어떤 개같은 성질의 동물이라도 제 성질과 장점을 긁어내는 특수한 재능이 있었다. 그렇게 치자면 자신은 그저 그런 물건중의 1호일 뿐이다, 담배가 유난히 씁쓸하다.

쓸만해, 쓸만해서 지금 그의 손목에는 어느정도 상처가 자리하고 있다. 생겨도 아주 곤란한 구석에 생겨놔서 이제 그는 이 한여름에도 긴팔 양복을 착용해야 할 것이다. 그의 상관이 가장 질색하는 것은 일을 망치는 것보다 자신의 무기가 약화되는 것이었고, 만일 그렇게 된다면 제명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순수한 어린아이들에게 말해주는 것이 아니니 어느정도 이해는 가겠지만 제명이란 게 - 인생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는 걸 뜻했다. 죽음이란 걸 특별히 무서워하진 않았지만 그는 당장 죽고 싶지 않았다. 상처를 가리는 것 쯤이야 별건 아니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런 틈 하나가 생기면 밑도 끝도 없이 죽음을 생각하고 상상하고 예상해본다. 하지만 대부분은 총을 맞거나 그래서 거리에 버려지거나 혹은 완전히 갈려서 사라져버리는 '개같은' 죽음이었고 인간의 수치라는 말도 안되는 헛소리보다는 단지 뭔가를 먹거나 돌아다니거나 하고 싶은 본능적 욕구밖엔 그 이유를 대신할 수 없었다.

결코, 어떤 이유로 살아가는 삶은 아니었다.